수의사가 된 후에도 배움은 끝이 없다. 오히려 졸업 후가 진짜 공부의 시작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동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최신 의학 정보와 치료법을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때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나는 학교 동기들과 함께 작은 연구 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치료법과 케어 방식을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스터디 모임을 넘어, 실제로 동물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유익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과정이었다.함께하는 연구가 주는 힘개인 연구와 공동 연구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혼자서 논문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우리 연구 그..
강아지 한 마리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숨이 가쁘고 힘겨운 듯한 모습에 보호자의 얼굴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재빨리 상태를 확인한 후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땅한 산소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용 마스크는 크기가 맞지 않았고, 기존의 동물용 마스크는 너무 커서 소형견에게 적합하지 않았다.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든 이 강아지를 살려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응급실에 있는 몇 가지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플라스틱 컵과 튜브, 패드를 이용해 급하게 개량형 산소 마스크를 만들었다. 컵을 잘라 적절한 크기로 조절한 후 튜브를 연결하고, 강아지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부드러운 패드로 감쌌다.다행히도 이 간이 마스크는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어느 날, 동물보호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고,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이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참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의사로서 내가 가진 기술이 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길고양이 문제는 단순한 동물 보호 차원이 아니다. 도심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책임이자,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중성화 수술을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양이들에게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TNR의 핵심이었다.이 프로젝트에 참여..
한 번은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방문해 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부리가 부러진 올빼미가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야생에서 부리가 부러지면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생존이 어려워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이었고, 다행히 올빼미는 점점 나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숲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야생동물 구조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며,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는 활동이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자연과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인간이 만든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야생동물들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머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