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나는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TV 속에서 보던 초원의 사자, 정글의 원숭이,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까지.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꿈일 뿐이었다. 그저 책과 다큐멘터리로만 접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나는 생애 처음으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를 얻었다. 수의대 입학을 앞두고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는 구경하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막연히 꿈꾸던 동물들과의 교감을 현실로 경험할 수 있었다.그러나 막상 동물들을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크고, 생각..

우리 집 반려견이 나이가 들었다. 예전에는 현관문을 열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와 반기던 녀석이 이제는 조용히 고개만 들고 나를 바라본다. 언젠가부터 계단을 오를 때 한참을 망설이기 시작했고, 산책을 나가도 금세 숨을 헐떡이며 쉬고 싶어 했다. 이 녀석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나이가 든 반려견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건강을 챙기는 것을 넘어선다. 보호자의 심리적 준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는 태도가 중요하다. 노령견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살핌일 것이다.노령견과 함께하는 시간, 더 깊어지는 유대감강아지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늙는다.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가족 같은 존재가 되지만, 그만..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사료를 먹여야 하나요?"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수의사로서 단순히 치료를 넘어, 반려동물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올바른 먹거리는 단순한 사료 선택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였다.반려동물의 건강, 음식에서 시작된다어느 날 병원을 찾은 한 보호자는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우리 강아지가 밥을 잘 안 먹어요. 사료를 바꿔도 마찬가지예요. 도대체 어떤 걸 먹여야 할까요?" 반려견을 자세히 살펴보니 특별한 질병은 없었다. 하지만 보호자..

주말마다 찾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나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더 이곳에서의 경험이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버려진 동물들의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 있었고, 그들과 교감하는 순간마다 나는 수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보호소에서의 봉사는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닌,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중요한 과정이었다.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마주한 현실처음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

특수동물을 치료하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설렘을 안겨준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익숙한 동물들과는 달리, 특수동물은 매번 예상치 못한 도전을 준다. 그래서일까? 진료실 문이 열리고 작은 레서판다가 들어섰을 때, 나는 마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꼈다.그동안 책에서만 보던 레서판다를 직접 마주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김새도, 생활 습관도 우리가 흔히 치료하는 동물들과는 전혀 달랐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이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을까? 주로 어떤 질환을 겪을까? 지금 상태는 괜찮을까?”동물병원 의사로서 매순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참 소중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시금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떠올리게 되었다.진료실에 들어선 작은 생..

동물병원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깊은 밤, 예상치 못한 응급 환자가 들어올 때다. 한밤중에 내원하는 보호자의 얼굴에는 걱정과 피로가 가득하다. 하지만 수의사인 나 역시 순간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환자는 괜찮을까?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순간들은 내가 선택한 길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지 되새기게 만든다.그러나 가장 두려운 순간이 지나면,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진짜 안도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이유다.응급 상황,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긴박한 순간들늦은 밤, 병원의 전화벨이 울린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들은 흔히 당황한 채 전화를 걸어온다."선생님, 강아지가 갑자기 숨을 너무 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 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밥을 먹지 않거나 구토를 하거나, 평소 활발하던 강아지가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견주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습니다.저도 몇 년 전 반려견을 키우면서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작은 기침에도 걱정이 앞섰고, 사소한 이상 증상에도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혹시 큰 병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병원을 가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지 고민하며 밤을 새운 적도 있었습니다.오늘은 반려견이 아플 때 견주가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몇 년 전, 나는 반려견 ‘초코’와 마지막 여정을 함께했다. 10년 넘게 나의 곁을 지켜주던 초코는 어느새 몸이 약해졌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병원에서도 이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초코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초코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꼬리를 살짝 흔들었고, 나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코의 눈빛에서 피로함과 안도가 함께 묻어났다. 마치 "지금까지 함께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듯했다.그날 밤, 나는 초코를 품에 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고생 많았어. 이제 편히 쉬어도 돼." 초코는 내 손길을 느끼며 깊은 숨을 내쉬..

몇 년 전, 나는 반려묘 '나비'를 키우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서운 일을 겪었다. 평소 활발하고 애교가 많던 나비가 갑자기 거친 숨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놀랐거나 털을 삼켜 기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나는 당황한 채로 인터넷을 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봤다. ‘고양이 호흡 곤란’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니 생각보다 많은 질병이 연관되어 있었다. 천식, 심장병, 호흡기 감염, 이물질 삼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고, 응급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비를 최대한 안정시키면서 급히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신속하게 산소를 공급하며 상태를 확인했다.이 일을 계기로 나는 고양이의 호흡기 건..

나는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다친 새를 보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든 살려보려 애썼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는 것을, 그들에게 함부로 다가가면 오히려 더 큰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처음 야생동물 치료를 경험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친구와 산책을 하던 중, 길 한가운데 쓰러진 너구리를 발견했다. 차에 치였는지 다리를 절뚝이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너구리는 날카롭게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느껴졌다.그때부터 나는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연민이 아닌, 그들의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