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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깊은 밤, 예상치 못한 응급 환자가 들어올 때다. 한밤중에 내원하는 보호자의 얼굴에는 걱정과 피로가 가득하다. 하지만 수의사인 나 역시 순간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환자는 괜찮을까?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순간들은 내가 선택한 길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지 되새기게 만든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순간이 지나면,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진짜 안도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이유다.
응급 상황,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긴박한 순간들
늦은 밤, 병원의 전화벨이 울린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들은 흔히 당황한 채 전화를 걸어온다.
"선생님, 강아지가 갑자기 숨을 너무 가쁘게 쉬어요!"
"고양이가 계속 구토를 해요, 어떡하죠?"
이런 전화 한 통에 모든 것이 긴박해진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 응급도를 파악하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안내한다. 그리고 보호자가 도착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준비한다.
기억에 남는 한 밤이 있다. 새벽 2시경, 한 보호자가 급히 병원 문을 두드렸다.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청진기로 심박수를 확인하자 너무나 약한 맥박이 느껴졌다. 심장 쇼크 상태. 나는 곧바로 산소 공급과 정맥 주사를 연결했다.
보호자는 흐느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선생님, 제발 살려 주세요."
이 순간이 가장 힘들다. 환자가 눈앞에서 생사를 오갈 때, 나는 결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깊은 밤, 피로한 상태에서도 온 집중력을 쏟아야 한다. 수의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보호자의 불안과 두려움, 함께 이겨내야 하는 시간
응급 상황에서 보호자는 극도로 불안해한다. 많은 경우,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감정적으로 무너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의사는 냉정해야 한다.
나는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아직 뛰고 있으니 희망이 있습니다."
때로는 보호자가 후회와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아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요..."
하지만 반려동물의 상태는 순식간에 악화될 수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자고 말한다.
한밤중에 보호자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단순한 의사와 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생명을 위해 함께 싸운 동반자가 된다.
극적인 회복, 그리고 찾아오는 진짜 안도의 순간
어떤 응급 상황은 끝이 좋지 않다. 하지만 때때로 기적 같은 순간도 찾아온다.
어느 날 새벽, 한 보호자가 강아지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왔다. 강아지는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혈당을 체크해 보니 심각한 저혈당 쇼크. 나는 곧바로 포도당을 정맥으로 투여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경련이 멈추고 강아지가 천천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보호자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살아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감정이 차단된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면, 그제야 가슴 깊숙이 안도감이 밀려온다.
"살아줘서 고마워."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 깊은 새벽, 생명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수의사로서의 사명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 생명을 위한 헌신
수의사로서 응급 상황을 겪다 보면,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 때로는 피로가 극에 달해 몇 시간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기도 한다. 하지만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을 볼 때마다, 나는 다시 힘을 얻는다.
응급 상황은 언제나 긴박하고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순간들을 거쳐, 나는 점점 더 강한 수의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생명 존중과 책임감을 배운다.
나는 앞으로도 깊은 새벽에 불안한 보호자와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긴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함께 만들어가는 안도의 순간이 있을 것임을 믿는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