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병원이 문을 열던 날 아침, 나는 오래된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기쁨보다도 가슴 한편을 가득 채운 긴장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수년간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직접 개원한 병원의 문을 열고 내 이름을 내건 채 환자를 맞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의료진의 일원으로서 팀과 함께 진료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도,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간판의 새 페인트 냄새가 아직도 은은하게 퍼져 있는 병원 앞에는 축하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아침, 병원의 문이 열리고 첫 번째 환자가 들어섰다.
떨리는 첫 진료, 어린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다
병원 문을 열자마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환자와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 환자는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아이였고, 그의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이는 몹시 긴장한 표정이었고, 연신 기침을 하며 어머니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보호자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나 자신도 떨고 있었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내게 온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곳은 이제부터 내가 환자들을 위해 헌신할 공간이었고,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나는 따뜻한 눈빛을 유지하며 보호자에게 말을 건넸다.
"어디가 아플까요?"
어린 환자는 수줍은 듯 어머니 쪽으로 몸을 더 기울였다. 어머니가 대신 아이의 증상을 설명해 주었다.
"이틀 전부터 기침이 계속되더니, 밤에는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열은 없는데, 혹시 기관지염이나 폐렴이 아닐까 걱정돼서요."
나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청진기를 들어 아이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댔다. 작은 몸에서 전해지는 숨소리는 내 손끝까지도 섬세하게 느껴졌다. 천천히, 신중하게 아이의 폐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폐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보호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단순 감기 증상으로 보이는데, 며칠간 푹 쉬고 약을 복용하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보호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감기 진료 그 이상을 깨달았다.
치료 이상의 가치,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
첫 진료를 마친 후, 나는 잠시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햇살이 병원 간판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의사가 해야 할 역할이 단순히 진료와 처방을 넘어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환자들은 단순히 병을 치료받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불안을 안고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으며 안심하고 싶어 한다. 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깊이 깨달았다.
나는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해 왔다. 하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때때로 환자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내 병원에서는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진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작은 다짐, 큰 변화의 시작
첫 번째 환자를 진료한 후,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모든 환자를 처음처럼, 그리고 마지막처럼 진료하자."
때로는 바쁜 하루 속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치료뿐만 아니라 안도감도 함께 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이후로도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것이다. 가벼운 감기 환자부터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환자와 보호자를 맞이했던 그날의 떨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병원의 문을 다시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