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밤중 응급 수술을 진행하며 느낀 긴장감과 책임감, 그리고 생명을 구하며 얻은 보람을 담았습니다. 수의사로서 겪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동물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순간을 공유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밤중의 긴급 호출
그날은 유난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병원의 문을 닫은 뒤 간신히 짧은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병원 전화가 울렸고, 보호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해요! 지금 바로 데려가도 될까요?”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 저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조용했지만, 제 마음속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보호자는 눈물을 흘리며 작은 푸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바비예요. 저녁부터 상태가 이상하더니, 지금은 아예 움직이지 못해요.” 보호자의 눈빛에는 간절함과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응급 수술의 시작
바비를 진찰한 결과, 위가 꼬여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흔히 위염전(GDV)이라고 불리는 이 상태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보호자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조건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수술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작은 체구의 바비는 상태가 악화된 상태였고, 저희 팀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깊은 숨을 내쉬며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생명을 지켜야 한다.”
수술실은 조용했고, 저와 팀원들은 오로지 바비의 상태에만 집중했습니다. 위를 제자리로 돌리고, 꼬임으로 인해 손상된 부분을 치료하는 과정은 길고도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바비의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는 그 순간 제게 가장 큰 희망이자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넘어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저의 몸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수의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습니다. 바비의 몸에 있는 작은 조직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작업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바비의 상태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작은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 느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수술이 끝났고, 저는 바비를 회복실로 옮겼습니다. 바비는 여전히 약했지만, 그의 숨소리는 조금 더 안정적이었습니다. 보호자에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비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생명을 지키는 책임감
그날 새벽, 저는 비로소 잠시 앉아 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로감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은 생명을 지킨다는 일에 대한 보람과 책임감이었습니다. 수의사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며칠 후, 바비는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보호자는 밝은 미소로 저를 맞이하며 말했습니다. “바비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줄은 몰랐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바비는 꼬리를 흔들며 제게 다가왔고, 저는 그 작은 몸짓에서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수술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그 안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그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바비와 같은 환자들이 제게 알려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 그리고 사랑의 가치를 가르쳐 줍니다.
마치며
밤샘 응급 수술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보람과 깨달음은 수의사로서의 길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줍니다. 저는 앞으로도 모든 동물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그들의 곁에서 함께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바비의 작은 심장이 제게 준 교훈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