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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고, 그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다는 건 보호자에게 너무도 큰 감정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매일 그 순간을 마주해야 하고, 스탭과 수의사들은 그 속에서 보호자들의 감정과 아이의 편안함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이 글은 수많은 임종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보호자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해줄 수 있는 말, 해서는 안 되는 말,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기억
“이제 떠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이 짧은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저는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떨림 속에서 말을 골라야 했는지 몰라요. 수많은 보호자들을 만나며 임종의 순간을 함께했지만, 그 마음이 익숙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동물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언제나 생명과 죽음 사이에 서 있어요. 아픈 아이가 나아져서 웃으며 퇴원하는 날도 있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무거운 걸음으로 아이를 안고 나가는 보호자를 바라보는 날도 있어요. 저는 어느 늦은 밤, 작은 말티즈 한 마리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본 기억이 지금도 마음 깊이 남아있어요. 보호자 분은 그 아이를 15년 동안 키워오셨다고 하셨고, 그날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제 아이가 저를 부르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온몸에 힘이 빠진 아이를 조심스럽게 진료대 위에 눕히고, 저는 조용히 그 곁에 앉아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어요. 보호자 분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은 금세 붉어졌죠. 그날 밤 저는 아이를 품에 안은 보호자 분의 등을 조용히 토닥이며, 아무 말 없이 옆에 서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말보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았어요. 반려동물의 임종 순간은 단지 한 생명의 끝이 아니라, 보호자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무너짐을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작은 말과 행동들이더라고요.
임종진료에서 보호자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임종진료에서 가장 괴로운 장면은 ‘결정의 순간’이에요. 치료를 더 이어갈지, 아니면 이제 아이를 편하게 해줄지를 선택해야 하는 그 찰나의 시간. 많은 보호자들이 눈물 속에서 그 선택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의 무게를 평생 안고 살아가세요. 저는 그걸 알기에 함부로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요. 때로는 보호자분이 "제가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건 아닌가요?" 하고 자책하듯 묻기도 해요. 그 물음 앞에서 수의사도, 스탭도 숨이 멎는 기분을 느낍니다.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분이라는 걸 알기에, 그 질문은 자신을 향한 가장 아픈 판단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수많은 임종을 함께하면서 느낀 건, 보호자는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미 충분히 버티고, 충분히 함께했고, 아이가 보여준 마지막 사인까지도 가슴에 새기며 여기까지 온 분들이에요. 그런 보호자에게는 ‘결정해달라’는 말보다 ‘지금까지 정말 잘 해주셨어요’라는 말이 훨씬 더 필요한 순간이 많아요.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작아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지만, 저는 그때야말로 보호자가 가장 용기 있는 존재라는 걸 느껴요. 치료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해주시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늘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요. "지금 눈앞의 이 분은,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 마음을 알고 있으면, 위로의 말도 훨씬 진심을 담을 수 있게 돼요.
보호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말
“지금 아이는 편안하게 가고 있어요.” 이 말은 그 어떤 의학적 설명보다, 보호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이에요. 많은 분들이 임종 직전의 아이를 보며 두려워하세요. 혹시 지금 고통스러워하는 건 아닌지,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옆에 있어서 불안해하는 건 아닌지. 그 불안은 결국 ‘아이의 마지막이 편안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임종 직전에는 꼭 아이의 손을 보호자 손 위에 얹어드리고,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말씀드려요. “지금 아이는 보호자님의 냄새를 맡고 있고요, 손을 느끼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잘 느끼고 있어요.” 그러면 어떤 보호자분은 눈물 속에서도 살며시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입술로 이름을 속삭이세요. 그 순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한 위로의 공간이에요. 그리고 아이가 마지막 숨을 내쉰 후, 보호자가 가장 힘들어하시는 말 중 하나는 “제가 뭔가 더 해줄 수 있었을까요?”예요. 그럴 때 저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이렇게 말씀드려요. “이미 충분히 해주셨어요. 아이는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을 통해 사랑을 받았고, 마지막도 그렇게 사랑 안에서 떠났어요.” 그 말이 보호자의 눈물을 멈추게 하진 못하지만, 죄책감이라는 무게를 조금은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 적은 말들이 진심을 담고 있다면, 보호자에게는 그것이 하루를 살아갈 용기가 되더라고요. 그 용기는 언젠가 아이를 떠올릴 때 슬픔보다 따뜻함을 먼저 꺼내는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마무리
죽음이라는 주제는 늘 조심스럽고, 아무리 많이 겪어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줄 수 있다는 건 우리 직업의 가장 인간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이 글이 누군가의 이별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의미 있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부디 우리 모두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했다’는 마음을 충분히 전한 채로 보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