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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 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 진료실을 오가며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해주는 사람, 치료 후 회복을 도와주는 사람. 그들은 모두 ‘스탭’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병원의 하루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해내는 수많은 일들과 고된 노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수의사 못지않게 중요한 병원 스탭들의 역할과 책임, 그들이 병원과 보호자 사이에서 어떤 다리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숨은 히어로들’의 이야기, 지금 함께 들어보세요.

동물병원 스탭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에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선생님이 아니신데 이걸 다 하세요?”였어요. 어떤 보호자분은 제가 아이의 체온을 재고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이런 건 수의사 선생님이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 순간 참 많은 생각이 스쳐갔어요. 우리가 흔히 병원을 떠올릴 때는 ‘수의사’라는 존재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병원의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는 건 바로 수많은 스탭들의 손과 마음이거든요. 저는 지금도 처음 병원 스탭으로 입사하던 날을 생생히 기억해요. 낯선 장비들, 빨리 지나가는 진료시간, 보호자들의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정신없이 적응해가던 시간이 있었죠. 처음엔 ‘나는 그냥 보조 역할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어요. 진료실 안의 수의사 혼자서는 아이 하나도 제대로 진료하기 어렵다는 걸요. 체온을 재고,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하면 진정시키고, 보호자에게 아이의 상태를 설명하는 일까지. 정말 많은 역할이 스탭들에게 맡겨져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어요. 아픈 아이가 입원해서 하루 이틀 꼼짝도 않다가, 제가 다가가 간식을 건넸을 때 꼬리를 살짝 흔드는 그 순간. 보호자분이 전화로 "우리 아이 어제보다 좀 밝아졌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물을 때,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어요. 스탭의 역할은 단순히 '수의사를 돕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이의 몸과 마음을 가장 가까이서 살피고, 보호자에게 신뢰를 쌓아주는 존재. 병원의 분위기와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우리 팀원들을 ‘숨은 히어로’라고 부르곤 해요.

병원직원이 매일 감당하는 일들

누군가 병원 스탭의 하루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단순한 행정업무나 진료 보조라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걸 금세 알게 될 거예요. 출근하자마자 해야 할 건 어제 입원했던 아이들의 상태 체크. 수액은 잘 들어갔는지, 체온은 정상이었는지, 혹시 설사는 없었는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수의사에게 전달해요. 아이들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케어 방식도 달라요. 어떤 아이는 낯선 공간에서 불안해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아주며 다독여야 하고, 어떤 아이는 먹지 않던 사료를 바꿔가며 손으로 떠먹여주기도 해요. 보호자가 퇴근 후 면회하러 왔을 때 아이가 기운차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제서야 안심하시는 표정이 잊히질 않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날도 많아요. 저는 예전에 연말 근무표를 보면서 친구들과 약속 하나 잡지 못했던 적도 있었어요. 명절이나 연휴 때도 병원은 돌아가야 하니까요. 이 일은 단지 ‘동물을 좋아해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그때 많이 느꼈어요. 감정 소모도 크고, 체력적으로도 고되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아이들에 대한 마음’ 때문이더라고요. 병원이라는 공간은 생명과 마주하는 곳이에요. 기쁜 일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가슴 아픈 이별도 함께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웃고 떠들다가, 또 어떤 날은 조용히 눈물 닦으며 퇴근하기도 하죠. 병원직원들은 그 모든 감정을 안고 다시 다음 날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환하게 웃으며 보호자 앞에 서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다잡아요. 그래서 저는 스탭이라는 말보다, ‘의료팀의 한 축’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들의 하루는 무겁고, 깊고, 따뜻합니다.

동물간호사와 보호자 사이의 신뢰

진료실 문이 열리면, 보호자분들의 눈빛은 언제나 불안과 걱정이 섞여 있어요. “우리 아이 어디가 안 좋은 걸까요?”, “혹시 큰 병이면 어쩌죠…” 수의사 선생님이 설명해주시기 전까지의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보호자분들은 저희 스탭들을 바라보며 정보를 얻으시곤 해요. 아이의 컨디션이 어떤지, 표정은 어떤지, 혹은 방금 치료는 잘 끝났는지 등등. 말은 없지만, 그 짧은 시선 속에는 ‘나 대신 아이를 봐주고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더라고요. 저는 그 믿음을 지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항상 보호자 앞에 서면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더 친절한 말투로 아이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움직였어요. 눈빛도 훨씬 좋아졌고요." 이렇게 말하면, 보호자분은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세요. 그 짧은 순간이 서로의 신뢰를 쌓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그게 바로 병원이라는 공간이 따뜻해지는 지점이기도 하죠. 스탭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보호자에게는 큰 위로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감을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우리 팀원들에게 말해요. "우리는 그냥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호자의 감정을 돌보는 사람이기도 해요." 동물간호사로서 아이의 상태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 가족의 마음까지 함께 돌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요. 그게 진짜 전문가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보호자와 아이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병원에서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마무리

병원의 하루는 결코 수의사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 옆에서,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같이 움직이고 있는 스탭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보호자분들이 병원에 와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바로 그 숨은 히어로들 덕분이에요. 오늘 이 글을 통해 동물병원 스탭이라는 이름이 조금 더 따뜻하게, 또 가치 있게 다가가길 바라요. 그들이 웃을 수 있는 병원이, 결국 모든 이들이 행복한 병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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