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이 문을 열던 날 아침, 나는 오래된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기쁨보다도 가슴 한편을 가득 채운 긴장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수년간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해 왔지만, 직접 개원한 병원의 문을 열고 내 이름을 내건 채 환자를 맞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의료진의 일원으로서 팀과 함께 진료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도,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간판의 새 페인트 냄새가 아직도 은은하게 퍼져 있는 병원 앞에는 축하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아침, 병원의 문이 열리고 첫 번..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눈을 마주 보며 시작한 첫 진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세심한 손길로 강아지의 상태를 살피고 보호자의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 길이 과연 내가 꿈꾸던 수의사의 길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신하게 됐다. 내가 바라는 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돈이 아닌 신념을 선택한 이유수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했을 때,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 손에 맡겨진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느 병원에서는 진료보다 매출이 우선이었고,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가 당연한 듯 권장되었다. 보호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과잉 진료..

어릴 적부터 꿈꿔온 수의사의 길. 오랜 공부와 실습 끝에 마침내 동물 병원을 열게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동물을 치료하는 일과 병원을 운영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수술실에서의 숙련된 손놀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영 마인드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호자들의 신뢰를 얻고, 직원들과 협력하며, 재정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수의사에서 경영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병원 운영의 핵심, 경영 마인드 갖추기수의과 대학에서는 동물의 생리학, 외과 수술, 약리학 등을 배운다. 하지만 정작 병원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나 역시 개원 후 몇 개월 동안은 진료와..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우며 막연히 꿈꿨던 동물 병원. 수의사가 되어 동물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멋진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본의 문제, 경험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내 이름을 건 동물 병원을 창업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가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동물 병원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에는 좋은 동물 병원에 취업해서 경험을 쌓고, 임상 수의사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첫 번째로 부딪힌 것은 취업의 벽이었다. 유명 ..
수의사가 된 후에도 배움은 끝이 없다. 오히려 졸업 후가 진짜 공부의 시작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동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최신 의학 정보와 치료법을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때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나는 학교 동기들과 함께 작은 연구 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치료법과 케어 방식을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스터디 모임을 넘어, 실제로 동물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유익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과정이었다.함께하는 연구가 주는 힘개인 연구와 공동 연구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혼자서 논문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우리 연구 그..
강아지 한 마리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숨이 가쁘고 힘겨운 듯한 모습에 보호자의 얼굴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재빨리 상태를 확인한 후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마땅한 산소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용 마스크는 크기가 맞지 않았고, 기존의 동물용 마스크는 너무 커서 소형견에게 적합하지 않았다.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어떻게든 이 강아지를 살려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응급실에 있는 몇 가지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플라스틱 컵과 튜브, 패드를 이용해 급하게 개량형 산소 마스크를 만들었다. 컵을 잘라 적절한 크기로 조절한 후 튜브를 연결하고, 강아지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부드러운 패드로 감쌌다.다행히도 이 간이 마스크는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어느 날, 동물보호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고,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이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참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의사로서 내가 가진 기술이 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길고양이 문제는 단순한 동물 보호 차원이 아니다. 도심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책임이자,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중성화 수술을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양이들에게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TNR의 핵심이었다.이 프로젝트에 참여..
한 번은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방문해 치료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부리가 부러진 올빼미가 내 생각을 바꿔 놓았다. 야생에서 부리가 부러지면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생존이 어려워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치료와 재활을 돕는 것이었고, 다행히 올빼미는 점점 나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숲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야생동물 구조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며,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는 활동이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자연과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인간이 만든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야생동물들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머무는..
농장 동물이라고 하면 흔히 산업적인 가축을 떠올리기 쉽지만, 시골 마을을 방문해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과 함께 살아온 소, 염소, 양, 돼지 같은 동물들은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다. 어떤 농부는 새벽마다 소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고, 어떤 할머니는 염소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에게 강아지나 고양이가 소중한 반려동물이듯, 이들에게는 오래 함께한 농장 동물들이 그러하다.진료를 위해 시골 마을을 방문할 때면, 단순히 동물의 건강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과 사람 사이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소가 밥을 잘 안 먹어요.” “염소가 요즘 기운이 없어요.” 같은 단순한 증상을 듣고 가지만, 이야..
어린아이가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서툰 손길로 강아지를 쓰다듬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며, 때로는 서로 장난치듯 쫓고 쫓기며 친해지는 과정이 참 따뜻하다. 그런 순간을 지켜보면 ‘교감’이란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실감하게 된다.특히 예민하거나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동물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처음에는 손을 내미는 것도 조심스럽고, 동물의 움직임에 쉽게 놀라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쓰다듬고,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건네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보호자들은 그런 변화를 신기해하며 말한다. “우리 아이가 원래 이렇게 표현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요.”진료실에서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방문..